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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삶의모터

2015.09.22.20:00 뮤지컬 신데렐라

 

 

▲ 오늘의 캐스트 (뭐 이렇게 사진을 못 찍었.... -_-;)

 

 

1. 약한 캐릭터

 

신데렐라. 이 뮤지컬의 막이 오르기 전, 관련 기사에서는 신데렐라를 운명을 개척하는 신여성쯤으로 포장해서 그려졌다. (그때는 포장인 줄 몰랐는데, 보고 나니 포장이라는 생각이 확- 드네.) 거기에다 2부에는 원래의 이야기를 비튼 재미까지 있다고 하니, 나는 아예 신데렐라 캐릭터만 가져오고 스토리는 다른가 보다, 하는 기대까지 갖게 되었더랬다. 하지만 도대체 어느 부분이 원작과 다르다고 할 수 있는가? 유리구두를 자기가 놓고 가는 부분? 유리구두를 신어보겠다고 스스로 나서는 부분? 그것만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여성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걸까? 신데렐라는 운명같은 사랑을 통해 극적인 신분 상승을 이루는 판타지의 극점에 있는 캐릭터이다. 나는 언론에 소개된 신데렐라의 최소한도, 사실은 지키지 못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그런 소개나 하질 말지. 원작을 충실하게 옮겼다고 했다면, 오만 생각이 다 들진 않았을 것 같다.

 

크리스토퍼. 요섭이가 맡은 역할이라서 어지간하면 안 까고 넘어가고 싶었는데, 얘도 어리바리하긴 마찬가지. 사실 홍보 기사에서는 거의 시크릿키같은 느낌으로 홍보가 되었었는데, 그냥 원작과 동일하다고 하면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지 않을 테니까, 어떤 왕이 될 것인지 고뇌하는 왕자 캐릭터를 하나 심음으로써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을 주는 그런 요소로? 신데렐라 이야기에 왕자라니 비중이 분명히 적을 거야, 라고 낙담하는 아이돌 팬들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그런 요소로 말이다. 실제로 비중은 생각보다 엄청 많았다. 안 나오는 씬이 거의 없을 정도로, 계속해서 등장하는 편이다. (엄청 의외다.) 그러나 잘생기고, 착하고, 배려 돋고, 인간미 흘러넘치고, 새총이나마 용을 물리칠 수 있는 용맹함을 지니고, 사리분별력이 뛰어나며, 한 여자만 바라보는 지고지순함까지 뭐 하나 모자라는 게 없는 왕자님이신데, 현실 정치에 무지한 데다가 사실 무모한 면도 있어 무한정 응원할 수만은 없어서 마음이 불편했다. 신데렐라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보살펴 달라고 하고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둘째치고 나흘 밤낮을 병력을 동원해 신데렐라나 찾고 앉았……. (물론 나중에는 각성의 기미를 보이긴 했지만, 그 각성의 결론이 신데렐라를 다시 만나야겠다는 거라니!) 거기에다 세금 빚잔치일 뿐인 연회를 한 번 더 열기로 하……. 나는 최소한 크리스토퍼가 왕궁 밖으로 나와서 백성들의 삶을 확인하고 '나는 어떤 왕이 될 것인가'를 정할 줄 알았다. 우리나라에서 방영하는 보통의 사극 속 왕자가 그렇듯. 그래야 최소한의 개연성이 생기지. 아니, 한 눈에 사랑에 빠진 여자의 말만 믿고, 책에서 읽은 해결 방법으로 나라를 통치하는 그런 왕이 되는 거라니. 왕재의 자질이 훌륭하게 그려진 것에 비해 너무 맥없는 결론.

 

장 미쉘. 극을 보기 전에는 이 극의 시크릿키가 크리스토퍼인 줄 알았지만, 보고 나니 장미쉘과 그의 연인 가브리엘이, 사실상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었다. 사실 모든 이야기에 사회 개혁의 메시지가 숨어 있을 필요는 없지. 없지만! 그러려면 아예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서 극을 확대하든가. 장 미쉘 같은 캐릭터를 만들지를 말든가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하지만 이왕지사 만든 이상, 그러면 제대로 키워주든가. 나는 혁명가가 얼뜨기처럼 그려질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최소한 수상이 될 자질 정도는 보여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사람들을 모아 이끌고 궁궐 앞에 도착했을 때조차도, 이게 장 미쉘의 리더십하고 잘 연결이 안 되거든.

 

몰론,

 

내용이 없을 수도 있지. 그럼 재미라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고. 남는 것은 한숨뿐.

 

재미를 주는 캐릭터로는 크리스토퍼와의 시츄에이션 코미디를 주로 담당하는 세바스찬, 얼뜨기 혁명가 캐릭터 자체의 힘을 보여주는 장 미쉘 정도를 들 수 있겠다. 이마저도 처음엔 웃기지도 않다가,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웃게 되는 뭐 그런 거다.

 

나는 마담이 좀 아쉽다. 개그에 발을 담그려고 하긴 했는데, 그러다 마는 느낌? 딸들한테 재미있는 거 보여줄테니까 보고 배워, 하고 신데렐라를 불러서 신데렐라를 낚는데, 재미가 없어. (-_-) 마담은 아빠의 마지막 남은 유품을 찢어 걸레로 만든다거나, 앞뒤 맥락 없이 트집을 잡는다거나 뭐 이유도 없이 신데렐라를 괴롭힌다. 보통 악역에 이유를 대진 않지. 그래서 이게 7세 이상 관람가인가. 이렇게 관람 나이가 확 와 닿은 적이 없었는데.

 

내용도 그렇다. 나름대로는 부실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보완하기 위해 장 미쉘과 가브리엘의 사랑, 그리고 크리스토퍼의 고뇌를 담았지만, 그마저도 용두사미.

에고야, 이 총체적 난국 속에서 우리 요섭이 꺼내오고 싶…….

 

 

2. 남는 건 요섭이 맞춤 옷.

 

처음 입었던 자줏빛 턱시도도 좋은데, 세바스찬과 탄원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입은 파란색 턱시도가 아주 상큼하니 좋았다. 포카리스웨트가 왜 파란색+흰색 조합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바람을 넣는 건지, 이제야 이해가 될 정도.

 

 

3. 조로-로빈훗-신데렐라, 로 이어지는 연출력

 

……은 점점 막연해진다. 볼거리도 줄고. 2년 전만 해도 사회 개혁의 꿈을 꿀 수 있었지만, 지금에 와선 판타지만이 위로가 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인가.

 

 

**

 

 

요섭이 공연을 1회 관람으로 끝낸 적이 없는데, 진짜 다음 예매를 고민할 정도로 심각하다. 단순 취향의 문제였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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